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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단 한군데의 빈틈도 없었다. 산밑에서 우러러볼 때 막연히 덧글 0 | 조회 10 | 2021-04-19 21:12:33
서동연  
산은 단 한군데의 빈틈도 없었다. 산밑에서 우러러볼 때 막연히 짐작되었던 만만한 높이의 산정이 이토록 고되고 힘들까 싶게도 돌계단은 가파르게 산정을 향해 굽이쳐 있었다.그때였다.사미승 경허가 방문을 열고 사라지자 선비는 다음과 같이 무릎을 치면서 탄식하여 말하였다고 경허의 제자였던 한암 중원이 1932년에 쓴 행자기에 나와 있다.바보 천치라도 알 수 있는 한 일자 하나를 크고 힘차게 써 내리는 사미승의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 선비는 말하였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십여 년 동안 그 사람과 행한 무언의 약속을 홀로 지켜 내려오고 있는 셈이었다.경허의 초상을 봄으로써 나는 경허를 처음을 만난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발견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느그 아버님이신 전하께어서 돌아가셨을 적에 나는 일곱 살인가, 여덟 살인가 어린 너를 데니고 인사 동궁으로 찾아갔었지. 동궁 앞에는 만장이 휘날리고 온갖 꽃들이 만발하더구먼. 내가 어린 너를 데불고 빈소로 찾아간 것은 너를 아버지의 아들로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어. 왜냐하믄 너는 그때 사생아가 되어서 호적에도 못올라 핵교에 갈 나이면서두 취학 통지가 나오지 않아서 말이여.저의 문 앞에 서 있는 죽음은 님의 전갈이니까요.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받아쓰지 말라 입니다.노인은 인사고 뭐고 다 귀찮고 소용없다는 듯 대뜸 반말로 명령하였다. 그의 몸에서 역한 술냄새가 풍겨왔다. 어머니의 정갈한 이불에는 노인의 맨발에서 묻어난 흙물이 번져 있었다. 아내가 노인이 시키는 대로 물을 떠 오고 쌀을 퍼내 오기 위해 일어서서 문밖으로 나갔다.난, 난 약을 먹었어요.나는 벌써부터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스님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산을 오르는 듯싶었는데도 내 걸음을 한 발짝 정도 앞서고 있었고 나는 헐떡이고 있었다.여인은 이마에 맺힌 빗방울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되물었다.만공은 손을 들어 방아네 있는 모든 물건을 둘러 가리키면서 말을 하였다.스님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술을 따라 두 손으로 올리는
절에서 머물고 있는 노파일까.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노파 하나가 승복을 입고 대나무 비로 대웅전 앞의 뜨락을 촘촘히 쓸고 있었다. 노파의 대나무 빗질로 간밤의 극성스럽던 그 미친 바람으로도 덜어진 낙엽 한 장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깨끗하였고 금당 앞 뜨락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잘 빗어 가리마를 잘 빗어 가리마를 탄 얼굴처럼 단정하였다.계허는 손수 지필묵을 가져다가 벼루 위에 물을 부어 먹을 갈기 시작하였다. 평소에 글을 전혀 모르는 문맹임을 잘 알고 있었던 선비로서는 계허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먹을 갈아 붓을 들어 글을 써 내리다니. 먹을 충분히 갈아 붓을 들어 듬뿍 먹물을 묻히고 나서 계허는 종이 위에 문장을 하나하나 써 내리기 시작하였다.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사미승 경허의 근기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 선비는 경허의 성의를 일단 묵살해 버리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가 바쳐올리는 짚신을 꼬박꼬박 모아 방안에 쌓아 두고 있으면서도 전혀 이를 모른체 하였던 것이었다. 그리하여도 사미승 경허가 사흘 동안 내리 짚신을 엮어 올리는 것을 보자 선비는 그가 근기를 갖추었음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아직 확신이 서질 않았었다..이것이 꿈인가, 이것이 생시인가. 꿈과 생시의 분별을 못허겠네.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바드드득 떨고 일어서며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구나, 지화자자 좀도 좋네. 목에 항쇄를 끌러를 줬으니 목놀음도 허여보고 발에 족쇄를 끌러를 줬으니 종종걸음도 걸어보자. 동헌 대청 너른 마루 두루두루 거닐며 놀아보자. 우리 어머니는 어데를 가시고 이런 경사를 모르신고.온 나라에 돌림병이 돌면 병에 걸린 환자들은 집안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국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환자를 마을 사람 모르게 집안에 숨겨 두거나 집안에서 앓게 하는 것이 발각되었다간 엄하게 문죄를 받게 되어 있었다.경허는 하룻밤을 꼬박 새운 헛간 한복판에 다통과 웅담을 가지런히 눈에 잘 띄도록 놓아둔 후 재게 몸을 일으켰다. 일단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이상 시간을 끌어 이 집 식구들과 맞닥뜨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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